발표작품

맨발 / 주선화

주선화 2022. 12. 20. 12:55

맨발

 

-주선화

 

 

 

맨살이 그리워 이불 속에서

맨발을 한 번씩 맞비빈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는 아침

둥근 화분의 대명석곡을 본다

두꺼운 파란 잎 사이

군데군데 검고 퍼런 멍

무작정 내어놓은 맨몸의 뿌리

맨살이 그리워서일까

맨발에 맨발을 감싸안았다

애증도 삶의 기억도 휘발되어

맨살의 기억은 믿을 수 없다며

온전한 내일도 기약할 수 없다며

전화기 너머 울먹인다

유리창 암막 커튼을 연다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해

긴 아픔이 돌처럼 내려앉아도

아슬아슬 위태롭게 부딪쳐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가만히 맨몸이 달아나지 않게

가슴으로 끌어안았더라면

생채기 멍까지 살뜰히 챙겼더라면

달라졌을까?

 

맨살의 숨은 눈빛

친구는 읽어내지 못했다

이제는 그 그늘 다 내려놓고

세상 속으로

다시 발을 내려놓기를

 

 

*2022년 경남시학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