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중고 / 이정록

주선화 2022. 12. 21. 10:33

중고

 

-이정록

 

 

관과 수의는 중고 파는데 읎나?

사람이 중곤디 새것이 뭔 필요겄어?

바닷물두 다 물고기 창자를 들락거린 중고잖여.

 

헌 게 불길이 괄겄지만

자식들 맘이라두 편하게

입혀주는 대로 입구

덮어주는 대로 덮구 떠나유.

 

공기도 다 짐승 콧구멍을 들락거린 중고구

꿀두 몽땅 꿀벌이 먹었다가 뱉은 중고잖여.

관짝은 사과 궤짝 뚝딱뚝딱 잇어 붙이구

수의는 베잠뱅이 풀물 들여서 입으면 안 되까?

 

죽음이란 게 처음 맞는 새 손님인디

오찌 헌옷 입구 저승 첫날밤을 맞는데 유?

중고 타령 그만 허시구 병치레난 잘허셔유.

요새 중고는 다 학원이나 피시방에 있유.

 

늙은이 숨넘어가는 절박헌 소리에

왜 죄읎이 사역허는 학생을 갔다 븥인댜?

불쌍허구 이쁜 중고생덜을.

 

잘못했유.

버럭 역정 내시는 걸 보니께

중고가 아니라, 트랙터 시동 걸 때 같유.

걱정 붙들어 매두 되겄유.

저승사자두 새것은 취급 안 허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