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3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주선화
2023. 1. 7. 09:54
데칼코마니
-한이로
내 방엔 거울이 하나
나는 언니였다가 나였다가
서로 다른 옷을 입을 때
살짝 빠져나오는 다디단 표정
나란히 서면
자꾸 뒤돌아보지 않아도 될 거야
우리에겐 곁눈질이 없으니까
이따금씩
거울을 볼 때
나를 잊어버리는데
나는 잘 있나?
학교를 벗어던진 우리는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 위로 쏟아진 자동차들 사이로 뿔뿔이 흩어진다
반으로 나눠진 마카롱,
사라진 쪽이 너라고 생각하겠지
바닥에 번진 우리의 그림자를 지우느라
붉어오는
늦은 오후의 얼굴들
간호사가 건네는 푸른 옷을
얼굴처럼
똑같이 입고 우리는
사이좋게
캐스터네츠를 악기라고 말하고 난 뒤의 기분을 반으로 접는다
다른그림찾기와
같은그림찾기가
다른 말로 들리니?
내 방엔 거울이 하나인데
두 개
매번 언니였다가 나였다가
입 꼬리 살짝, 올라간다
*나의 감상
상상력이 재미나다
이것이 시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