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문지기 / 김행숙
주선화
2023. 1. 12. 14:06
문지기
-김행숙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당신의 목적을 부정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다음 날도 당신을 부정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당신을 부정하기 위해 다음 날도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다음 날도 당신을 기다리다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리하여 나의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나의 천직을 이유로 울지 않겠다, 라고 썼다.
일기를 쓸 때 나는 가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