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바람의 등뼈 / 김상현
주선화
2023. 1. 26. 13:03
바람의 등뼈
-김상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별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고집스럽게 바람이 되셨다
모두 하늘을 우러르며 소원을 빌 때에도
허리 굽은 우리 할머니는 땅에 소원을 빌었다
하늘에는 하느님이 사시는 곳이라며
뻐꾹새 울면 참깨 파종하고
살구꽃 필 때 수박씨 심으며
사람은 흙을 파먹고 사는 것이라 말씀하셨다
허리 굽은 우리 할머니는 하늘의 별보다
흙 비집고 나오는 굼벵이와 더 친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뻐꾹새 울자
바람이 된 우리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참깨 밭 언저리를 서성이시다 돌아가셨는지
참깨 깻단이 넘어져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