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상투적인 봄 / 하두자

주선화 2023. 2. 6. 10:27

상투적인 봄

 

-하두자

 

 

폭설의 감옥을 지나온 우리는 봄이 가도 좋아

무채색 물비늘 흩뿌리며

퐁,퐁, 수놓으며

 

봄을 할퀴는 긴 손톱의 

빗소리에 젖은 지붕까지도 밀어 넣으면서

 

목련 잎에 어린 빗방울들이

동굴의 겨울에서 터널의 봄으로

뭉텅 뭉텅 거품을 무는, 아무에게나 열어주는

연두로

 

겨울과 봄을 헝클어대는 햇살이

둥근 혀를 말아서 진실을 말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귀 기울여봐

두서없이 피는 꽃들이

밥알처럼 터지는 사이

너무 쓸쓸해서 알쏭달쏭한

상투적인 

봄, 봄비

 

철없이 피었다가 넘어지는

붉게 타오를 밤까지

 

경배하듯 자지러지게 어깨를 두드리는

화창하지 않은 봄,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