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반대말 / 하기정
주선화
2023. 3. 20. 14:56
반대말
-하기정
여름의 반대말은 손바닥
뒤집으면 소나기가 쏟아졌다
무지개가 없어도 한바탕 꿈을 꾸고 나면
구름의 반대말은 나비
여덟 번째 태어나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였던 적을 모르고 배추의 맛을 몰라
영혼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푸른 사과의 반쪽
너는 밤의 불빛을 나는 낮의 그림자를
내가 꽃을 향해 날개를 펼 때
지는 꽃 위에 날개를 접네
그러니까 당신의 반대말은 당신,
지구 끝까지 당신이라는
당신, 벽장문처럼 안으로만 잠겨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