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등대 / 홍일표

주선화 2023. 5. 9. 09:05

등대

 

-홍일표

 

 

기념비 하나 세워놓고 왔지

붉게 타는 서른 살이라고 불렀지

 

저만치 혼자 서서

바다의 바깥을 바라보았지

꿈꾸듯

아니 누군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으면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고독의 단단한 등뼈 곧추세우고 있는 너는

밤마다 환하게 불 켜는 심장

 

너의 눈빛에 홀려 다가오는

배 한 척 있었지

 

밤새 눈을 빛내며 설레던 너를 비켜 갔지만

흔들리지 않았지

너는

너의 어두운 중심은

 

꺼지지 않는 불기둥

모두 떠난 바다 끝머리에서

서른 살의 표정으로

오늘도 혼자 우뚝하지

 

빛의 긴 혀로 먼 곳을 핥으며

차가운 몸 하나

오래 불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