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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 김유미

주선화 2023. 5. 28. 11:22

포스트잇

 

-김유미

 

 

엄마의 기일이다

우리는 착해지고 사물함이 부풀기 시작했다

 

모든 포스트잇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동생은 머리를 묶어주던 엄마의 두 손을 이야기했다 동생의 머리는 두 손에 물들어 아침이 아름다웠다고 했다

 

나는 엄마의 두 다리를 당겼다 삶은 늘 엄마를 추월해갔다 엄마는 집을 가운데 두고 헛바퀴를 돌았다 엄마에게 어울리기 위해 어지럼증을 앓았다

 

말과 말 사이 겹겹의 표정을 쌓으며 우리는 엄마의 물방울 원피스를 꺼냈다 아름다운 여자가 퇴근을 하면 현관이 범람하던

 

우리의 윤곽은 흉터를 핥다가 미소 짓는 혀들

 

엄마의 몸을 꿰며 원피스를 입혔다

완성된 엄마

이제야 다 모였구나 우릴 보고 웃었다

 

다 탄 발자국들이 바람의 방향을 따라 나섰다

 

그런데 문밖에 있는 당신은 누구시죠 우리의 아버지라고요 당신은 천 년 전에 집을 나갔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