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빗소리가 비를 묶어놓듯이 / 김륭

주선화 2023. 6. 8. 12:33

빗소리가 비를 묶어놓듯이

ㅡ쌍어문雙魚紋

 

-김륭

 

 

혼자 너무 많은 꿈을 꾸었다. 쓸데없이 긴

꼬리를 흔들어대는,

 

그런 밤엔 살을 굽거나 피마저 돌릴 수가 없어서 가만히

우는 일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했다. 그것은 마치

물고기 두 마리가 마주보고 앉아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류의 일이어서

나는 벽에 눌러앉은 그림자를 밤새 떼어내며

몸과 마음이 될 때까지 주물렀다.

 

걱정말아요. 울지 말아요.

 

쿠팡에서 배달된 택배상자를 뜯을 때마다 나는

내가 너무 좋아져서 점점 미쳐간다고 마침내 생선에게

머리를 맡길 지경에 이르렀다는 괴이한 문장 위에 엎드려

가물가물 저녁불빛처럼 멀어진 키스를

다시 잡아왔다

 

돌무지 무덤 하나 만들지 못한 사랑이 그랬고

슬픔이 그랬다.

 

여기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나는 나보다 먼저

떠내려가는 발자국을 노릇노릇 구운 생선처럼

구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