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어떤 일이 일어난 미래 / 조온윤
주선화
2023. 7. 23. 09:37
어떤 일이 일어난 미래
-조온윤
계절이 사라졌다는 분기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미래가 있었어
계절이 있었다면 벌어졌을 황당한 일들을 생각하며
서울 한복판이 물에 잠길 리가 없잖아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질 리가 없잖아
비 젖은 상자 속에 담겨 있는
작은 개를 줍는 미래와
작은 개를 줍지 않는 미래로 갈라지는 시간 앞에서
작은 개와 함께였다면, 나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왔을
텅 빈 골목을 바라보고 있었어
반려의 존재들이 요정이라 불리는 미래에서는
인간이 요정을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누군가 버려진 상자로 손을 뻗는 순간
시간의 정수리에서는 또 다른 미래가 돋아나고
두 삶은 아기일 적에 헤어진 쌍둥이처럼 제각각 살아가겠지
나는 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겨
빗물이 눈처럼 느리게 내리고 게에게는 날개가 달렸다는
이상한 미래에 다녀오곤 해
모르는 개가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드는 길거리에서
숭례문이 불타고 때로 강물이 넘쳐흐르는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