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바람과 손 / 김 산

주선화 2023. 8. 10. 11:31

바람과 손

 

-김 산

 

 

손을 흔들자 바람이 흩어졌다

손을 거두자 바람이 지나갔다

 

전속력으로 도움닫기를 해도

얼굴은 왜 떠오르지 않는가

 

사랑했던 사람이 멀리 돌아가셨다

세상의 사랑은 모두 어제의 사랑

 

오늘 만지는 새소리와

내일 듣고 있을 구름의 냄새

 

뒤엉킨 감각들이 분분히 일어날 때

불편해진 음계들이 날아오른다

 

소리를 만지자 기타줄이 출렁인다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나의 변명일 뿐,

 

꽃병 속의 꽃을 병이 가둘 순 없지

병의 깊이만큼 꽃은 최선을 다해 흔들릴 뿐,

 

바람이 흩어지자 손을 흔들었다

바람이 지나가자 손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