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내가 오래 휘파람을 불었던 이유 / 주선화

주선화 2023. 9. 4. 14:44

내가 오래 휘파람을 불었던 이유

 

-주선화

 

 

말에도 뿌리가 있어 끝없이 뻗어나가지

 

그 뿌리의 뿌리를 생각하다가

 

뿌리가 처음 발을 뻗은 그 순간을 기억해내며

 

일렁이는 나무의 숲을 보기도 하지

 

나무가 한 살씩 나이를 먹는 동안

 

둥글어지는 동안

 

뿌리만큼 키가 자라는 동안

 

내가 그토록 오래 휘파람을 불었던 이유에 대해

 

너는 이렇게 대답할 테지

 

말에도 귀가 있어

 

산등성이 메아리를 계속 들려줄게

 

휘파람 소리는 꼬리를 물고자라나

 

 

-시집 <까마귀와 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