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 신아인
니트
-신아인
몰랐어 직물이 이렇게 많은 가로와 세로가 있는지
직물에 코를 박고
직물 냄새를 알게 되고
그 냄새에 익숙해져
냄새가 무엇인지 잊어버릴 만큼 가까이에서야
가로와 세로를 볼 수 있었던 거야
사이좋은 선이구나
규칙적인 선이구나
우리는 평일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어
버스에서 지하철 다시 버스
나만 알지만 대단하지 않은 경로로 집 주소를 찾아가는 것처럼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지
그런 아이들이 골목마다 쏟아졌다가 사라지는 나라가 있어
재작년 여름 그곳에서 넘어진 아이의 팔꿈치에 연고를 발라주었는데
아이를 따라간 회벽 헛간에서
약간의 난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네
까진 벽 옆에는 또 까진 벽
닭들이 번갈아 울고
횃대는 한 방향으로만 가로지르고
그런 일들이 나쁘진 않았어
폭발
이후
얼굴을 묻고 울 수 있는 물질이 필요했지만
무엇이 남을 수 있었겠어
알몸을 가리는 나뭇잎에도 구멍이 생겼지 않아
남겨진 일들은 바쁘게 뛰어가
출발선에서 만나
엄마와 아빠
젓가락과 물컵
줄넘기의 손잡이가 되어
손을 잡고 각각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길어지는 팔로
팔 없는 모든 일을 안아 주면서
엮이는 거야
우리는 함께 안겼고
서로 안아 주다가
함께 안아 주려 하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뿌듯한 결절들
주고 받은 손가락
선크림의 입자
꼭 다문 입술 모양
우체국 소인들
먼지
세균
공기로 전염되는 웃음과 울음
소금도 설탕도 아닌 맛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천을
언젠가는
이라고 부를 거야
언젠가는 은 아주 크니까 이 헛간의 바닥과 벽을 전부 가리고도 남아서
누워 있는 우리를 목 밑까지 덮어 줄 수 있어
동물이든 유령이든 무섭지 않겠지
나는 이불 밑에서 아이의 눈을 보며
약속해
이건 꿈이 아니고
이상하게도
어떤 날 너는 신기한 양탄자를 타게 된 거야
휴일에
버스도 전철도 통하지 않는 전쟁통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약간의 나는 이곳에 남아 집을 짜기 시작했어
이글루 모양의 천 이불
여기 보이는 구멍은 사실 약간의 나 때문이겠지만
언젠가는
구멍 나지 않은 집을 완성해 보일게
원자구름 또는 세계의 절반과
닮은 형태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