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웃고 있는 빵 / 허주영
주선화
2023. 10. 9. 11:25
웃고 있는 빵 (외 1편)
-허주영
빵들은 웃고 있다고 나는 본다
빵들은 웃고 울면서 부풀어지는데
결국 마지막에는 웃게 되어 있다
나는 웃고 있지 않은 빵을 본 적이 없다
나는 그걸 먹겠다
침 바른 빵을 나는 먹는다
내가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데
네게도 한입 내밀고
중앙으로 갈라지는 좋은 냄새
거기서 웃음이 났다
오늘의 운세
공이 없으니 운동장은 하나의 공터가 되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자들이 잠시 햇빛을 쬐다 돌아가고
또 어떤 여자들은 집 창가에서 우두커니 선 거리를 내려다본다
공터에는 여자들이 있고
공터를 바라보는 여자들이 있다
늙은 여자는 젊은 여자 무리를 멀리 바라보며
그때를 떠올린다
젊음은 너무 고된 것이어서
늙은 여자의 표정은 금세 무료해졌다
공터를 지나면 되는 거야
늙은 여자는 젊은 여자가 이렇게 말했으면 그랬다
한적한 거리에 해가 다시 나온다
그곳엔 공터가 있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공터가 있다
해는 그곳을 지나
데굴데굴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