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두루미의 잠 / 최두석

주선화 2023. 10. 10. 10:18

두루미의 잠

 

-최두석

 

 

삵 같은 천적 피하기 위해

얕은 물에 발을 잠그고 자는 두루미는

추위가 몰려오면

한 발은 들어 깃 속에 묻는다

 

외다리에 온몸 맡긴 채

솜뭉치처럼 웅크린 두루미의 잠

 

자면서도 두루미는

수시로 발을 바꿔 디뎌야 한다

그래야 얼어붙지 않는다

그걸 잊고 발목에 얼음이 얼어

꼼짝 못하고 죽은 새끼 두루미도 있다

 

한탄강이 쩡쩡 얼어붙는 겨울밤

여울목에 자리 잡은

두루미 가족의 잠자리 떠올리면

자꾸 눈이 시리고 발목도 시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