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브레인포그의 숲 / 김은닢

주선화 2023. 11. 10. 12:46

브레인포그의 숲

 

-김은닢

 

 

낯선 잠이 문턱을 넘어온다

밤새 사막을 걸었구나

모래 구덩이는 얼마나 깊을까 푹푹 빠졌다가

푹푹 빠져나오는 발끝이 아름답다

 

구름이 몰려드는 모퉁이를 돌다 너를 맞닥뜨렸다

갑자기 네가 눈키스를 한다 금세 흩어지는 키스에

뒷걸음질 친다 하얗게 증발해 버릴 것 같았거든

 

나는 어항 속에 분홍 젤리와 가시덤불을 넣어두고

이미 등을 구부리고 배를 보여주지 않는

너의 형식으로 걷는구나

작은 소리에도 눈을 뜨고 브레인포그 숲으로 간다

 

잘린 잠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얼굴 --- 안개에 덮인 발목 ---

나무들이 잘려 나간 흰 숲이 노란 달을 삼키는 기억은

트랙에 박혀 빠져 나오지 못하는 노래처럼 끝없이 재생되고

 

발끝에 발톱이 닿는 순간 너의 죽음이 태어난다

새파란 풀숲을 가로질러 나뭇가지를 툭툭 분지르는

겨울이 달려온다

 

무릎을 접고 어린 나의 눈동자를 마주 본다

여름에도 털모자를 쓰고 있구나

장갑을 껴도 손이 차갑다

 

부드러운 털이 얼어붙은 나를 둥글레 감싼다 생생이

살아있다는 듯 말랑한 젤리들이 얼굴로 쏟아진다 송

곳니 자국이 생겨난다

 

너의 노래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