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모던하우스 / 서유

주선화 2023. 12. 16. 10:12

모던하우스

 

-서유

 

 

새가 죽었다.

요구르트 아줌마는 카트를 끌고 지나는 중이었고

산책을 마친 어린이들은 구령에 맞추어 돌아오고 있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손뼉을 쳤다.

 

마땅히 잘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요구르트 아줌마를 불러 세웠다.

경비아저씨는 새를 쓸어 담았다.

 

깍, 깍, 깍

새가 시끄럽게 입구를 열었다.

보도블록 위로 시체들이 쏟아졌다.

 

커다란 에코백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워담을 수 있는 깃털과 훔칠 수 있는 부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마땅히 아무렇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가방 속에는 시체들이 가득했고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 집을 부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