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무심천 / 휘민
주선화
2023. 12. 22. 11:16
무심천
-휘민
온종일 천변을 서성이다가
저물녘 물속에서 어둑한
돌 하나 꺼내 든다
언젠가 놓아준 자라를 닮았다
그사이 너는 단단해지고
내 등은 뽀족해졌구나
어제는 자주 가던 식당을 지나치다가
[폐업 개인 사정]을 보았다
더 이상, 이라는 말, 고통의 임계점에서,
등줄기에 솟아난, 철조망 같은,
마스크 속에서 한 시대가 지워져도
세상의 슬픔은 모두 개인 사정
간절히 손을 내밀어도
번번이 놓쳐 버리는 믿음이 있다
누구일까
젖은 나무토막 같은 생을
또다시 물가에 풀어 놓은 이는
개흙을 삼킴 울음이 물수제비뜨듯 고요한 수면을 건너간다
빈주먹을 움켜진 하루가 긴 목을 빼들고
내 곁을 지나간다
그날처럼 나는
하심에 닿지 못하고
어둑해진 마음 기슭에는
그림자 지운 별 하나 귀갑처럼 돋아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