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속삭임 1 / 오탁번

주선화 2024. 2. 20. 10:17

속삭임 1

 

-오탁번

 

 

2022년 세밑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옆구리가 아프고

명치가 조여온다

소리를 보듯

한 달 내내 한잔도 못 마시고

그냥 물끄러미 술병을 바라본다

무슨 탈이 나기는 되게 났나 보다

부랴사랴

제천 성지병원 내과에서

위 내시경과 가슴 CT를 찍고

진료를 받았는데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참신한 비유는 엿 사 먹었다)

 

췌장, 담낭, 신장, 폐, 십이지장에

혹 같은 게 보인단다

아아, 나는 삽시간에

이 세상 암적 존재가 되는가 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1초쯤 지났을까

나는 마음이 외려 평온해진다

갈 길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가는 것보다야

개울 건너 고개 하나 넘으면

바로 조기, 조기가 딱 끝이라니!

됐다! 됐어!

 

ㅡ2023년 01,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