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프렉탈 / 정현우

주선화 2024. 2. 25. 13:46

프렉탈

 

-정현우

 

 

밤의 창가에는 겁도 없이 눈이 오는데

주전자가 끓는다.

 

겨울 햇빛이 울지 않는 사람의 뒷모습을 하고 있다.

어제는 비를 맞는 숲속을 보았다.

햇빛이 흔들리는 물결이

빛을 도래하는 얼굴,

스크래치, 잎맥에 앉은 잠자리,

투명한 혈관까지 다 보일 것 같다.

마음은

오늘은 너무 기쁘다거나 슬픈 하루가 아니어서

몸 밖으로만 자라는 것이라고

내게 말한다.

겨울나무는 금세 쏟아질 기세지만

먼 자세이다,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마음은 마음으로 반복되니까.

 

단순한 슬픔을 최선을 다해 생각한다.

오늘 죽은 새의 깃이 창가에 얼어붙고

본 것 같다, 팔 하나 없는, 시작은 점멸한다.

창문은 문을 열 수 없으므로 영혼은 금 간 유리 안에서 보인다.

 

갇힌다,

보인다는 말은 눈꺼풀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