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유리문 / 곽향련
주선화
2024. 3. 14. 09:25
유리문
-곽향련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가 훤히 보이는데 막막하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휠체어에 탄 엄마는 안, 나는 바깥
아니다, 이미 생이 저쪽 끝으로 밀려난 엄마는
내가 서 있는 바깥을 안쪽이라 할 것이고
당신은 바깥이라 할 것이다
사라지기 위해 멈추고 있는 사람들
유리 안은 선팅을 한 것처럼 그늘지고 어둡다
여러 손자국이 다녀간 유리에 엄마와 나의 손을 대 본다
차갑고 투명한 슬픔이 손바닥에 닿는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입 속에서 우물우물
틀니를 뺀 엄마의 볼은 우물을 파놓은 듯 깊은 물소리가 났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염되는 눈물은 코로나19보다 전염서이 강해 줄줄 샌다
흰 가운 입은 천사표 저승사자가 면회 시간 끝났음을 알리고
돌아가는 엄마의 뒷모습은 유리 조각처럼 깨져서 간다
*곽향련 시집 <울음이 불룩해진다>
시작시인선 0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