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흥얼흥얼 / 서진배

주선화 2024. 3. 31. 16:20

흥얼흥얼

 

-서진배

 

 

어떤 슬픔은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파란 사과 한 알을 쥐고 장례식장 안을 뛰어다니는 어린 상주가 있는가 하면,

벽에 기대어 흥얼거리는 어린 상주의 엄마가 있습니다

 

너무 어린 슬픔이거나,

너무 아린 슬픔이거나,

 

슬픔이 눈물을 따라가야하는데,

과일가게 간판에 한눈팔거나,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갈 때가 있습니다

 

어떤 슬픔은

가 본 길인데 길을 잃고,

어떤 슬픔은

갈 때마다 길을 잃고,

 

당신의 슬픔이 길을 잃어 당신도 모르게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올때, 나는

 

당신의 슬픔을 따라 길을 잃고,

당신의 흥얼거림을 따라 흥얼거립니다

 

당신이 흥얼거리는 노래마저 길을 잃고 한 멜로디를 맴돌때, 나도

그 멜로디를 따라 맴돕니다

 

무슨 노래인지 묻지 않으면서,

무슨 슬픔인지 묻지 않으면서,

 

한 흥얼거림이 한 흥얼거림을 흥얼흥얼 따라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