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이사 2 / 서진배

주선화 2024. 3. 31. 17:01

이사 2

 

-서진배

 

 

  셋집으로 이사하고 너는 가장 먼저 묻는다

 

  이 집에도 못을 마음대로 박을 수 없겠지?

너는 벽을 똑똑 두드리며 사나운 벽과 순한 벽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우리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못이 튈까? 망치로 못을 때릴 때마다 눈을 감으면서도 오

래 때릴 수 있는 우리의 벽을 가진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벽에 못을 박을 수 없는 셋집에서는 우리의 액자를 높은 곳

에 걸지 못하고 바닥에 기대어 놓아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액자 속에서도 어깨를 기대는 버릇이 있는 거라고,

 

  왜 우리는 이미 박혀 있는 못에만 시계를 걸어야 하냐고,

이 집에 세 들어 살다 간 사람들은 왜 같은 높이에 걸린

시간만 살다 가야 하냐고,

 

  우리가 새로 못을 박는다면 집을 떠날 때,

  새로 박은 못을 모두 빼고 떠나야겠지?

  못을 뺀 자리에 껌이라도 붙이고 떠나야겠지?

 

  마음대로 상처 낼 수 없는 집은 우리의 집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