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양말 / 서진배

주선화 2024. 4. 3. 10:20

양말

 

-서진배

 

 

  거 봐라 네가 가진 자루가 작더라도 왼쪽 오른쪽 나누어

담으면 너를 다 담을 수 있잖니,

 

  너를 붙잡을 곳 마땅치 않아 들고 걸어가기 어려울 때는

너를 자루에 담아 들고 걸어가면 한결 편할 거야

 

  방으로 드는 식당에서 너를 구멍 난 자루에 담아 왔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 너는

  그 구멍으로 줄줄 새는 너를 들키고 싶지 않아 발을 숨겨

야 할 거야

 

  자루를 아무리 당겨 올려도 자루는 내 무릎도 담지 못할

뿐인데요

 

  네 발만 담아도 너를 자루에 담는 거란다

  황금색 계급장을 찬 어깨 앞에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

는 것만으로도 떨고 있는 너를 감출 수 있거든,

 

  쓰레기봉투에 너를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 발을 넣고 밟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야

 

  유리 거울처럼 깨진 너의 얼굴 조각들이 그 안에 담겨 있

는 줄도 모르고,

  그러니,

 

  너를

  나누어 담아라

 

  눈물도 왼쪽 눈 오른쪽 눈 나누어 담으면 넘치지 않찮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