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사라진 심장 / 이명윤

주선화 2024. 4. 9. 16:59

사라진 심장

 

-이명윤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라는 시를 쓴 미얀마의 한 시인이

무장 군인에게 끌려간 다음 날,

 

장기가 모두 적출되고 심장이 사라진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느 컴컴한 건물에 심장을 남겨 두고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거죽만 헐렁헐렁 남은 몸이 돌아왔다

 

심장이 사라진 몸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뉴스에선 말해주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꽃잎을 덮어야 저 슬픔이

채워질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쓸쓸히,

아무도 모르는 먼 길을 다녀왔다는 것

 

굶주린 하이에나가 이빨을 드러내는

어둠과 공포의 길

인간의 심장이 검은 봉지에 담겨

버려지는 절망의 길 위에서

 

홀로 우는 심장, 미얀마여

 

그 깃발,

그 눈동자,

그 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