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 김복희
주선화
2024. 5. 6. 07:20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김복희
쌀 씻는 소리
오이를 깎는 소리
수박을 베어 무는 소리
미닫이문이 드륵드륵 닫히는 소리
딱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
앞으로 내가 듣지 못할 것
남도 듣지 말았으면 하는 것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조용히 우는 소리
틀어 놓은 텔레비젼 위로
막막한 허공의 소리
손톱으로 마른 살갗을 긁는 소리
죽은 매미를 발로 밟는 소리
이것 중에 무엇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런 거 맞나요?
나는 물었고
대답은 없었다
누가 벌써 대답을 가져간 것일까
다 두고 갈 수는 없나요?
아주 조용했다
누가 벌써 기져간 게 확실했다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지 않을 때의 기쁨
잠든 사람이 따라하는
죽은 사람의 숨소리
죽은 다음에도 두피를 밀고 나오는 머리카락 소리
벌려 놓은 가슴을 실로 여미는 소리
세상에서 소리를 하나.....데리고 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
*2024년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