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그런 온도 / 정월향
주선화
2024. 5. 14. 08:49
그런 온도 (제 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정월향
보수적인 문제를 생각한다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무릎을 바꾸면서
털이 부드럽고도 성가시구나 생각한다
실업급여 신청하는 일, 혹은 당신에게 주말 시간
을 물어보는 일, 혹은 다음에 밥 먹자며 얘기하는
것처럼
이것은 안정의 문제다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머
리를 비비고 다리를 움찔거리고 귀를 편안해하는
어떤 순간은 누군가 안아주면 좋겠다는 바람, 이
것은 온도의 문제, 추울 것이 뻔할 때에 굳이 나가
고 싶지 않은 것처럼
온도는 비와 꽃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장마
가 오거나 종아리를 적시거나 돌멩이가 튀어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나무는 나무만큼 풀은 풀만큼의 비를 갖는다
눈곱을 떼주던 손가락을 고양이는 기억한다 이마
에 붙은 털을 손가락은 기억한다 그런 시간은 향긋
하다 향기를 적은 목록에다 별 세 개를 띄우고
젖은 채로 잠들거나 하늘을 향해 솜을 고를 것이다
문제마다 푸른 빛이 새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