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덜미 / 봉주연
주선화
2024. 5. 21. 09:14
덜미
-봉주연
맞은편으로 사람이 오자
우리는 한 줄을 만들었다.
강가에 흰 새가 잠들어 있다
수풀 속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손목시계가 멈춰 있다.
올려 묶은 머리
네 뒷목에 제비초리를 본다.
옛사람들에게 인형극은 덜미였대, 덜미가 잡힌
인형들, 천막 뒤에서 인형을 움직
이는 사람에겐 덜미가 전부였다. 관객들은
인형의 얼굴을 보았지만 그 뒷목을 본
이는 영원히 천막 뒤에 감춰진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고백은 가슴 속이 아니라 뒷목에 담겨 있다.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 사람들은 짧게 탄식했다.
저녁의 정체를 밝혀냈다는 듯.
수풀 속에서 계속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가 좋고
너는 꼭 벌레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고
무서워 한다.
맞은편으로 사람이 지나가고
우리는 다시 나란히 걷는다.
녹슨 눙구대 옆
전광판에는 시간도 표시된다.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