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플라워 / 이소연
콜리플라워(외 1편)
-이소연
콜리플라워가 암에 좋다기에 사 오긴 했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 꽃양배추보다는 사람들이 도 좋아" *
댈리웨이 부인은 이 말을 다른 말과 헷갈리고
나는 이 말을 누가 했는지 헷갈린다
조난당한 사람들이
들판에 쌓인 눈을 퍼 먹는 장면을 봤다
콜리플라워 맛이 난다
진동벨이 울린다
암 걸린 애가 커피 가져와
암에 걸리면 맘에 걸리는 말이 많다
아픈 건 마음밖에 없네
눈 뭉치 속에 숨겨 놓은 돌멩이를
믿고 싶다
흰빛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내가 한 말들이 맘에 걸려 있다
아파트 화단에 10층에서 떨어진 이불이 걸려 있다
엄마가 동영상을 보냈다
나의 여인이 어쩌고저쩌고하는 트로트 음악이 깔리고
꽃을 찍은 사진 위에 수놓은 건강 상식
첫 페이지는 오이와 양파를 꼭 먹으라는
이런 건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거야
나뭇가지가 휘어지는 밤
흰 눈을 퍼 먹는 기분으로
도영상을 끝까지 본다
*버지리아 울프 「댈리레이 부인」, 최애리 옮김.
오목놀이
오목은 사실 탱고 춤이야
너와 내가 발끝을 들고 싸우는 춤이야
봄꽃 피는 몽동해변 위에서
너는 흰 돌, 나는 검은 돌이 되었지
검은 물새는 흰 알을 낳고
흰 물새는 검은 알을 낳는 몽돌해변에서
필요한 것은 사랑의 말이라고 믿고 싶어
밤과 낮이 나누어진 것도
저 오목놀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몰라
돌을 놓을 때마다
작은 파도를 벼린 모서리로 생각했어
왜 모서리가 둥글까
오목은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야
너와 내가 주고받는 노래야
그러니까
잘게 갈라치는 돌싸움이라고 부르지 마
오늘 나는 흰 돌을
오늘 너는 검은 돌을
호주머니 가득 주워 왔지
나와 너는 더운 숨을 불어 넣듯
툭툭, 흰 돌 하나 놓고 검은 돌 하나 놓고
자유로운 다섯을 위해
뒤꿈치를 그리듯 툭툭, 한개의 세계를 빚었지
악담과 비난마저 돌 속에 가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