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송호리 / 박길숙

주선화 2024. 8. 3. 09:42

송호리 

 

-박길숙

 

 

여름이 끝났어 이제 돌아가야 해

 

파라솔을 접으며 너는 말한다

 

마른 모래는 멀리 젖은 모래는 발아래 떨어진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관광객이 바다와 해송과 아이를 찍는다

 

언제 또 부풀어오를지 모를 주황 튜브와 함께

 

사각 프레임 안으로 나무와 하늘과 백사장이 잘린다

 

각자 여름으로 들어간다

 

옆집 고양이가 죽었대 그런데 슬프지 않아 나는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바다와 백사장을 나는 호치키츠처럼 붙잡고 있다

 

가만있어 움직이지 말고

 

마음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걸까 포기가 필요한 걸까

 

어름이 가면 잘린 바다와 모래 사이가 벌어질 것이다

 

송호리에서 알궁둥이를 까고 똥을 누던 친구 얘기를 하며 너는 웃는다

 

나는 하늘과 바다 사이 철심의 마음으로 이 계절을 붙잡고 있을 나무를 생각한다

 

우리의 송호리는 같은 곳에 있었지만 다른 곳에 두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