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행복한 눈물 / 조은솔

주선화 2024. 9. 10. 10:11

행복한 눈물*

 

-조은솔

 

 

원망은 뼈대가 없어서

밤늦게 찾아와요

 

들키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찾아와요

 

같이 배꼽 잡고 웃다가 뒤집어지면 

들키는 건 매번 울음이에요

 

울다 보면 울음이 울음 깊이 빠져들어서

놓치다가 가득 차요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울음은 없지만

 

가라앉기도 전에

냉장고를 열게 하는 울음은 있어요

 

냉장고를 열다 보면 내일이 떠오르고

 

물컹한 토마토를 뭉텅뭉텅 자르고 있으면

몸에 좋다는 건 다 생각나서

믹서기에 죄다 넣고 갈아 마셔요

 

어제를 전부 취소하고 

살아보고 싶어지거든요

 

다시는 살아 본 적 없어서

 

그래 본 적 없어서

함부로 말하는 잔소리처럼

 

눈빛을 갖는 울음 앞에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용서를 해요

 

얼렁뚱땅 견디기 쉬운 거짓말을 해요

 

*행복한 눈물 : 미국의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