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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풍경 / 최석균

주선화 2024. 9. 23. 07:34

둥근 풍경

-최석균

 

볕바른 산자락에 동그마니 앉아 있다

바람 세찰수록 선명하다

 

산길 물길 돌 때마다

마음의 문 한쪽을 열고 들어와

봉긋봉긋 자리 잡는다

 

괜찮을 거야, 마음자리는 한정이 없으니까

 

과거와 현재가 인사를 나누고

햇살인 듯 바람인 듯 나 이전의 내가 다녀간다

 

둥근 데서 와서 둥근 데로 가는 길이니

나 이후의 나는 별이나 비로 만날 수 있겠다

 

한 시절 떠밀리다 묻힐 형세지만

바람 세찰수록 살아나는 풍경

 

해와 달이 그린 산수화를 알처럼 품었으니

네게는 날갯짓 한 번이면 닿겠다

 

수천 년 이 땅이 가꾼 생사의 원형이

표지판처럼 길을 비춘다

 

괜찮을 거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