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운지 (運指) / 하린
주선화
2024. 9. 30. 14:28
운지 (運指)
- 하린
처음부터 당신은 미를 누르며 왔지요
미는 발단을 막 지난 전개의 자리
혀와 바람이 마침내 섞이길 원하는 자리
우리의 연애는 설렘을 막 벗어나려고 했지만
손가락이 더 많이 필요한 사람처럼 서툴렀어요
위기는 파와 솔을 건너뛰는 것
난 당신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루는 파를
다른 하루는 솔을 고집했지요
머뭇거리는 사이 눈이 내렸어요
아득하게 다가오던 라의 기척들
붙잡을 새도 없이 녹아 버렸어요
딱 거기까지만 도달해도 좋았을 텐데
서로에게 가 닿지 못할 파동이
한동안 혼자만 아는 허밍을 날렸어요
끊임없이 발병하는 시, 시, 시
맹목적인 극단과
허무주의가 전염병처럼 번졌어요
수직의 감정을 품었어요
모든 음악이 곤두박질쳤어요
도가 치솟았어요
노래 속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스스로 자신을 조율하지 못한 채
떠돌던 밤
마음의 현이 툭 끊기고
이젠 정말 끝인가
뒤돌아서는 사이
도를 뛰어넘는 도道가 맴돌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