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나란히 나란히(외 1편) / 안화수

주선화 2024. 11. 18. 08:05

나란히 나란히 (외 1편)

 

- 안화수

 

 

비방침묵오해불만불안갈등정의자유공정의리진실가짜뉴

스중상모략위증교사내로남불

 

보이는 듯 보이지 않고

들리는 듯 들리지 않는 허공이다

 

얼음장 아래 뜨거운 샘물도 없다

아무도 봄을 말하지 않는다

 

왼쪽 손가락에서 오른쪽 엄지로 매화가

엉금엉금 기어간다

 

오른팔에서 왼쪽 팔뚝으로 산수유가

아장아장 걸어간다

 

그동안 쌓인 오해 한 줄로 나란히

옆으로 나란히 나란히 손잡고 서다

 

 

 

아우라지 사랑

 

 

가만히 보아도 푸른 산

뒤돌아 보아도 푸른 산

 

첩첩 산산에 후끈한 사랑

철 이른 장마 물살에 휩쓸린다

사랑은 우당탕탕 우루루 쾅쾅

눈빛 마주할 틈도 없이 떠내려간다

행여나 돌다리에 걸릴까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우라지 처녀

혹여 징검다리에 걸릴까

한시도 눈 못 떼는 아우라지 총각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물

새까만 총각 옷고름 적신다

어느새 검정 고무신 가득 고인다

 

가만히 보아도 감자꽃 총각

뒤돌아보아도 찔레꽃 처녀

 

 

* 안화수 시집 <동백아, 눈 열어라>

ㅡ 서정시학 시인선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