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이용악 문학상 수상작 / 성선경
주선화
2024. 12. 5. 08:44
후투티에 대하여
- 성선경
사슴의 뿔처럼 훌륭하진 못해도
나름 아름다운 머리 깃을 가졌다 해도
내가 책임져야 할 것에 대하여
날갯깃처럼 자유롭진 못하다
후투티라는 이름이
어느 열대지역의 섬 이름처럼
이국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나는 당신의 생각처럼 자유로운 영혼은 아니다
날아다닌다고 다 자유로운 건 아니고
지붕 아래 깃들었다고 다 암울한 건 아니듯
후투티 후투티 이름을 부르면
어디서 옷차림부터 자유로운 영혼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환하게 다가올 것 같지만
이름만으로 자유를 구하고
이름만으로 영혼을 살찌우진 못한다
사슴의 뿔처럼 훌륭하진 못해도
나름 아름다운 꽁지깃을 가졌다 해도
나는 당신의 생각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다
후투티 후투티 이름을 부르면
그 이름만으로도 이국적인
환한 얼굴로 다가올 것 같지만
꽁지깃만으로 우리 생을 살찌우진 못한다
날아다닌다고 다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지붕 아래 깃들었다고 다 암울한 것도 아닌
내 이름은 후투티 후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