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 박소란
드라이브
-박소란
차가 달리는 동안
나는 조수석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는
다
차 안은 참 안락하구나, 밖은 어둡고
마침 비까지 내리고 있기 때문에
차 안은 더욱 안락하다
아주 딴 세상 같다는 말
바다로도 가고 산으로도 가고 인적 없
는 어디로도
갈 수 있다고 마음만 굳히면 언제라도
바퀴를 굴리기만 하면 문제없다, 아무
문제 없다고
누군가 가리킨 곳에는 a코스 b코스 c
코스 d코스가 있었는데
나는 어쩐지 자신이 없고
유턴을 하면 터널이 나오고 터널이,
터널이, 터널이 계속
차에 치여, 차에 깔려, 같은 광경이 스치
곤 했는데
마지막은 결국 차에서, 같은 은밀한
이야기도
큰일은 큰일이지
그럴 때는 일단 술에 취하는 것이 좋아
문틈은 테이프로 꼼꼼히 막는 것이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구부러진 길목을 돌고 또 돈다
검은 우산을 쓴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
라지고 나타나는 것을 막무가내로 우산
이 뒤집히는 것을
운 좋게 피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디를 상상하고 있는지 비는 그치지
않고 나날은 아득하기만 한데
음악을 틀면 분위기는 금방 괜찮아진다
아주 딴 세상같이
얼마 전에는 근교 오래된 성당에 다녀왔지
차를 타면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
마지막 기도를 하려, 저를 어디로 데려가
시나요? 답을 좀 구하려
신은 그저 황당했겠지
돌아오는 길에는
몇 그루 나무와 몇 조각 구름을 추월
하고
길에 널브러진 무언가 물컹한 것을 밟
았지만
멈출 수 없었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지도에도 없
는 곳, 그 곳
나는 궁금해져서 한 번쯤 따지듯 묻
고 싶어져서
고개를 돌려 옆을 본다
누군가, 핸들을 놓고 조용히 눈 감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