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드라이브 / 박소란

주선화 2024. 12. 5. 09:16

드라이브

 

-박소란

 

 

  차가 달리는 동안

  나는 조수석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는

  차 안은 참 안락하구나, 밖은 어둡고

마침 비까지 내리고 있기 때문에

  차 안은 더욱 안락하다

  아주 딴 세상 같다는 말

  바다로도 가고 산으로도 가고 인적 없

는 어디로도

  갈 수 있다고 마음만 굳히면 언제라도

  바퀴를 굴리기만 하면 문제없다, 아무

문제 없다고

  누군가 가리킨 곳에는 a코스 b코스 c

코스 d코스가 있었는데

  나는 어쩐지 자신이 없고

  유턴을 하면 터널이 나오고 터널이,

터널이, 터널이 계속

  차에 치여, 차에 깔려, 같은 광경이 스치

곤 했는데

  마지막은 결국 차에서, 같은 은밀한

이야기도

  큰일은 큰일이지

  그럴 때는 일단 술에 취하는 것이 좋아

문틈은 테이프로 꼼꼼히 막는 것이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구부러진 길목을 돌고 또 돈다

  검은 우산을 쓴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

라지고 나타나는 것을 막무가내로 우산

이 뒤집히는 것을

  운 좋게 피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디를 상상하고 있는지 비는 그치지

않고 나날은 아득하기만 한데

  음악을 틀면 분위기는 금방 괜찮아진다

  아주 딴 세상같이

  얼마 전에는 근교 오래된 성당에 다녀왔지

  차를 타면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

  마지막 기도를 하려, 저를 어디로 데려가

시나요? 답을 좀 구하려

  신은 그저 황당했겠지

  돌아오는 길에는

  몇 그루 나무와 몇 조각 구름을 추월

하고

  길에 널브러진 무언가 물컹한 것을 밟

았지만

  멈출 수 없었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지도에도 없

는 곳, 그 곳

  나는 궁금해져서 한 번쯤 따지듯 묻

고 싶어져서

  고개를 돌려 옆을 본다

  누군가, 핸들을 놓고 조용히 눈 감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