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봄의 제전(祭典) / 송찬호

주선화 2025. 2. 27. 10:29

봄의 제전(祭典)

 

- 송찬호

 

 

마침내 겨울은 힘을 잃었다

여자는 겨울의 머리에서

왕관이 굴러떨어지는 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이제 길고 지리한 겨울과의 싸움은 지나갔다

북벽으로 이어진 낭하를 지나

어두운 커튼이 드리워진 차가운 방에

얼음 침대에

겨울은 유폐되었다

여자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왕관은 숲속에 버려졌다

겨울은 벌써 잊혔다

오직 신생만을 얻기 바랐던

재투성이 여자는

봄이 오는 숲과 들판을 지나

다시 아궁이 앞으로 돌아왔다

 

이제 이 부엌과 정원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오직 그것만이 분명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