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천원만 / 서연우
주선화
2025. 4. 11. 14:33
천원만
-서연우
가진 천원이 없어
물메기탕 한 그릇을 나누려고 한다
식당 주인이 손사래 친다
저 사람은 어시장 사람들이 먹여 살린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맛있게들 드시라
어시장 횟집 거리 화단에 앉은 천원만은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사람에게
언제나 천원만 한다
천원만의 희망은 막걸릿값이다
천원만을 데리고 병원에 다니던
형은 취한 상태로 귀가하다 계단에서 굴렀다
영구차가 형이 근무하던 곳을 지나던 아침
천원만은
그 앞에 서 있었다
추위를 아는지 모르는지
할 말을 혼자서만 하는
두 개의 눈이 두 곳을 보고 있었다
형이, 자기보다 먼저 죽었으면 했던 취한 천원만이
취하지 않은 천원만을 마신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천원만
막걸리값 장애인 수당이 형의 통장에 쌓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안주는 입을 닫고
술잔을 계속 입을 벌린다
슬픔은 천원만과 무관하다
죽음은 막걸리와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