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믿었던 사람 / 이덕규
주선화
2025. 6. 18. 09:02
믿었던 사람
- 이덕규
믿었던 사람 속에서 갑자기 사나운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개는 쓰러진 나를 향해 한참을 으르릉거리다가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믿었던 사람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으냐고 물었다
조금 전 당신 속에서 뛰쳐나왔던 그 개는 어디로
갔느냐고 되묻자 믿었던 사람은
가슴을 열고 더 무서운 개 한 마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개 말이오?
나는 결국 사람에게 지는 사람이다 나는 늘
사람에게 지면서도 그 흔한 위로의 반려견 한 마리
키우지 못하는 것은
오래전 내 안에 키우던 자성의
개 비린내 나는 송곳니에게 호되게
물렸기 때문이다
견성한 개는 주인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내가 키웠던 개들은 매번
주인을 물어뜯는 개로 자라서 나는 나에게도 지는
그런 슬픈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