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5년 <시산맥> 신춘문예 당선작

주선화 2025. 6. 26. 07:45

그날의 손
 
-강비아
 
 
벌어진 문
너무나 큰 상처를 꿰매다 흉터를 잊는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건
아픈 것이 아니라는 듯
 
태연히
돌아올 사람이 너무 늦는다
 
뒷모습을 남긴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
문을 열 수도 있기에
 
창문을 여닫으면
기도하는 기분이 들고
 
커튼의 밖을 안으로 생각한 적 있다
덧칠한 얼룩은 초인종을 눌러댈 것만 같고
 
아니면 어때, 아니라고 해 제발
고개를 흔드는 소리가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벽에도 이름이 있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푹 허물어지는 집
 
창문에 쓰여진 얼굴을 닦는다
 
다리가 있다고 떠올리면 꼼짝없이
움직일 수도 없는 의자
 
무서운 것은 꿈꾸는 것일까
 
꿈들은 지상 위를 떠돌고
구름은 가릴 수 없어 펼쳐진다
 
때를 기다리느라 한동안은 비
 
여자는 새로운 벽지를 바르고 표정을 지운다
 
전선으로 이어진 전봇대
그사이 끊기지 않는 길목
바람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 창밖
 
긴 사다리차가 도착하고
손사래를 치고 달려오는 사람
 
손 없는 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