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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주선화
2007. 12. 8. 13:02
과메기
포항 구룡포만 과메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내 고향 감포 방파제에 가면
사통팔방 바닷바람이 통하는 곳에 길들어진 쫀득쫀득한 과메기가 겨울 淸,
하늘빛, 바닷빛, 듬뿍 담은 과메기가 발가벗겨진 채 거꾸로 누워있지요 몸
속의 찌꺼기를 한 방울 두 방울 뱉어 내고 사흘밤낮을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지요 달빛이 내려와 언 볼을 어루만지며 별빛이 내려와 손을 호호 불어
주며 고단한 길을 이야기하지요 술이 빠질 수 없지요 찬바람에는 독한 소
주가 제격이지요 붙박이 바위에서 이리저리 쓸리며 몸 부풀기하는 미역과
김, 잔파와 마늘, 껍질 벗긴 과메기를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쌈을 싸 목구
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침 꼴깍, 쫀득쫀득한 찰진 과메기에 침 먼저 삼키
고 보는, 일년에 한번쯤 그 맛에 흠뻑 취하고, 술맛에 취하고, 찐득찐득한
일상에서 다시 일년을 기다리는 삶이 있지요
주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