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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인상에 대한 겨울의 메모

주선화 2007. 12. 8. 13:06
 

여름의 인상에 대한 겨울의 메모


            이장욱



내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도시가 불타고

인생은 끄덕끄덕 흘러갔다.

정직한 날씨였다.

가급적 멍하니 존재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 개가 있고

뜨거운 잎새들 사이로는

제설차가 지나갔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 여름의 아지랑이 속으로 들어가면

바그다드의 폐허를 걸어가는 펨므가 있고

폭격기가 날아가고

여름의 아이들이 있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어제의 잠 속으로 파도가 밀려우자

우리는 서로를 등진 채 힘껏 달렸다.

정직한 날씨였다.

우리는 겨울에 다시 만나

지친 개처럼

뜨거운 혀를 내밀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