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
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내 안에 넣어 씹어먹기 좋은 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
(중략)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 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후략)
공부(일부)
나는 낡아가는데
그는 오만한 독학생 같다
세상의 책에다 밑줄 하나 긋지 않고 있다. 밑줄 같은 건
먼 산맥의 능선과 굽이치는 강물에 다 일치감치 다 그어두었다는 듯
곡비(일부)
사람이 죽어도 고요한 세상을 꿰어차고 가는 물소리여
내가 밑줄 그어놓은 모든 책의 페이지를 하얗게 지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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