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존재 -변선우 그는 옥상에 서서전봇대에 매달려서내 마음에 들어앉아서 나를 본다 그래서 나는속수무책이 된다 그는 부리가 있고깃털과 날개가 있고갈퀴가 있다 그래서 나는은폐할 수가 없다 어느 날 새벽그가 나를 불렀다휘파람이었다 돌아보니 작은 불꽃이 날아다니고있었다 보라색이었다 아주 선명한 불꽃은 흩어지더니더 더 작게 흩어지더니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나는눈을 비벼댔다 불꽃이 사라진 자리로 가허공을 휘저었다그러나 내 것 아닌 것 같은 팔 공간을 싸고 도는얼음 냄새타고 있는 우연의 냄새 그래서 나는웃어버렸다 여름 같은 표정으로쪼개지듯이손뼉도 쳤다 손이 가루가 되어아니 소소한 깃털처럼흩날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흩어져 갔다배반처럼그의 미소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