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작 옥상의 가을 / 이상국 옥상에 올라 메밀 베겟속을 널었다 나의 잠들이 좋아라 하고 햇빛 속으로 달아난다 우리나라 붉은 메밀대궁에는 흙의 피가 묻어있다 지구도 흙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가을이 더 잘 보이고 나는 늘 높은 데가 좋다 어쨌든 세상의 모든 옥상은 아이들처럼 놀.. 현대시 추천 100 2011.12.09
지붕 위로 흘러가는 방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이영주 ‘지붕 위로 흘러가는 방’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여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진이 막 일어났을 때보다, 지진이 끝난 한참 후 다시 아주 먼 곳에서부터 천천히 밀려오는 땅의 울림을 여진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그때 가서야 땅이 갈라진 현상을 이해하고 그.. 현대시 추천 100 2008.11.27
지조론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박주택 ‘지조론’ 소설 ‘변신’에서 카프카는 ‘벌레’가 ‘현대인’의 돌연변이임을 선언한 바 있다. 카프카를 편애하는 시인 박주택은 이렇게 충고한다. “최후의 악이 부드럽게 녹아 인격이 될 때까지” “견디게나”…. 최후의 악마저도 부드럽게 녹여 ‘인격’으로 빚.. 현대시 추천 100 2008.11.14
눈물 도둑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물도둑/이영식 얘야, 도둑이 들었나봐 누가 내 보석을 훔쳐갔나보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구나 안구건조증이라는 게 뭐냐? 눈꺼풀이 자꾸 달라붙는구나 눈물도 나올 때 흘리거라 남의 아픔에 등돌리지 말고 값싼 눈물일수록 귀히 여겨라 공옥진 병신춤을 보면서 웃느냐? 짭조.. 현대시 추천 100 2008.11.12
그는 그림을 완성했다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는 그림을 완성했다-이종만 가을산 지워버리고 다시 그린다 불타는 산을 지우던 붓놀림 그새 찬비 내렸는가 빈 나뭇가지에 잎새 하나 떨고 있다 이윽고 붓이 먹을 머금었는가 가을 햇살 빛나고 기러기 세 마리 한 획으로 날아간다 붓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나머지는 다 여.. 현대시 추천 100 2008.11.12
소주꽃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소주꽃/전기철 어둠 속에서 꽃이 핀다. 꽁초처럼 옹기종기 모여든 사람들이 호호 부는 입김에서 꽃이 핀다. 꽃은 향기롭다. 사연들이 몇 번 젓가락질로 아우성치고 목구멍 속으로 독한 과거를 넘기면 몸에서 꽃이 핀다. 진달래가 피었다가 철쭉이 피었다가 텁수룩한 울음이 피.. 현대시 추천 100 2008.11.10
꿀은 하늘이다 - 양봉일지 8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꿀은 하늘이다-양봉일지8(부분)/이종만 벌이 금방 따온 꿀은 방금 낳은 계란같이 따뜻하다 꿀 한 되 집으로 들어가면 집안이 따뜻해진다 집안 사람들이 달콤해진다 꿀 한 되에는 지구를 몇 바퀴 돈 길이만큼 길고 긴 벌의 길이 들어 있다 길고 긴 비행시간이 담겨 있다 한 숟가.. 현대시 추천 100 2008.11.10
겨울 강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박남철 ‘겨울 강’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있다. 해봐야 되지 않는 헛된 일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운명이라면? 끝없이 산정으로 돌을 날라야 하는 시지프처럼 그것이 신으로부터 받았든 아니든, 운명이 틀림없다면, 우리는 기꺼.. 현대시 추천 100 2008.11.08
마른 잎 한 장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른 잎 한 장/김선태 마른 잎 한 장이 떨어져 내린다. 바람의 등에 업혀 곡선의 길을 간다. 놀라워라, 저 평생의 다이어트! 나뭇가지에 모든 걸 내려놓고 팔랑, 팔랑 마른 잎 한 장으로 돌아가는 마른 잎 한 장으로 친정(親庭)에 드는 어머니. 현대시 추천 100 2008.11.05
사는 맛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는 맛/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 현대시 추천 100 2008.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