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둔물 3

[경남신문] 시가 있는 간이역 <받아둔 물> _ 주선화

[시가 있는 간이역] 받아둔 물 - 주선화 기사입력 : 2020-09-24 08:07:41 밥물은 전날 받아둔 물로 한다 미리 받아둔 순한 물이다 화를 가라앉힌 물이다 찻물이나 화분에 물을 주어도 순한 물을 쓴다 순해지는 나이를 지나고 보니 두둑한 땅 아래로만 흐르는 이랑 물인 거 같고 나는 여전히 악, 소리 한번 하지 못하고 넌지시 바보 소리나 듣는 그저 그렇게 받아둔 물인 거 같고 ☞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다. 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계속해 보탠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러한 물의 본질적 힘을 우리는 지난여름 긴 장마로 경험을 했고, 아픔 또한 겪었다. 그런데 마음이 순해지는 나이에 접어든 시인은 ‘화(힘)를 가라앉힌 물’로써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밥을 짓고 차를..

시선 2020.12.12

[주강홍의 경일시단] 받아둔 물

[주강홍의 경일시단] 받아둔 물 경남일보 승인 2020.11.29 16:58 받아둔 물 -주선화 밥물은 전날 받아둔 물로 한다 미리 받아둔 순한 물이다 화를 가라앉힌 물이다 찻물이나 화분에 물을 주어도 순한 물을 쓴다 순해지는 나이를 지나고 보니 두둑한 땅 아래로만 흐르는 이랑 물인 거 같고 나는 여전히 악, 소리 한번 하지 못하고 넌지시 바보 소리나 듣는 그저 그렇게 받아둔 물인 거 같고 ----------------------------------------------------- 노자의 도덕경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다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연에서의 물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온유하고 스스로를 낮추며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수평을 맞추고 장애물에 비켜 갈 줄도 아는 지혜는 물론 넘쳐서 거룩히 분..

시선 2020.12.12

[시가 있는 아침] 받아둔 물 _단디뉴스

[시가 있는 아침] 받아둔 물 천지경 시인 입력 2020.12.07 14:01 받아둔 물 주선화 밥물은 전날 받아둔 물로 한다 미리 받아둔 순한 물이다 화를 가라앉힌 물이다 찻물이나 화분에 물을 주어도 순한 물을 쓴다 순해지는 나이를 지나고 보니 두둑한 땅 아래로만 흐르는 이랑 물인 거 같고 나는 여전히 악, 소리 한번 하지 못하고 넌지시 바보 소리나 듣는 그저 그렇게 받아둔 물인 거 같고 천지경 시인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서면서부터 나는 순해지지 않고 악바리로 변했다. 힘든 삶이 자꾸 나를 악하게 만든 것 같다. 돈돈돈, 돈의 노예로 살았고, 재산 한 푼 물려주지 못한 부모님의 무능함을 원망하며 살아왔다. 이제 아이들을 제 둥지에 앉혔으니 화를 가라앉힌 순한 물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광활한 우..

시선 20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