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의 정점에서 - 김보라 새빨갛게 익은 폭죽을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이불에 누워 냉장고를 쳐다본다 해바라기가 갑자기 말해도 놀라지 마어차피 지구는 멸망할 거야 인간이 말한 거니까아마도 이뤄질 거야냉장고가 시끄럽다 수박은 언제까지 썩지 않고익을 수 있을까 여전히 새들은 날아다니고폭포는 아래로 쏟아지고무리에는 사랑이 있는데 빙하는 잘못이 없고잘 녹는다 아이들은 계속 태권도 학원에 다닌다앉아 있을 미래를 위해아이들은 미리 많이 뛰어두고가방 안에서 녹아 붙어버린 사탕을 보고도놀라지 않는다 그럼에도도로는 녹아 흐르고공사장마다 불꽃이 튄다사막은 아득하게 늘어나고 수박을 갈라보자터져버리기 전에 지구가 터지기 전에여름으로 예행 연습하듯이 마치계단 올라가는 소리에잠이 깨는 아이가 없는 낮새가 날지 않고마른 수박씨가 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