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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수박의 정점에서 - 김보라 새빨갛게 익은 폭죽을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이불에 누워 냉장고를 쳐다본다 해바라기가 갑자기 말해도 놀라지 마어차피 지구는 멸망할 거야 인간이 말한 거니까아마도 이뤄질 거야냉장고가 시끄럽다 수박은 언제까지 썩지 않고익을 수 있을까 여전히 새들은 날아다니고폭포는 아래로 쏟아지고무리에는 사랑이 있는데 빙하는 잘못이 없고잘 녹는다 아이들은 계속 태권도 학원에 다닌다앉아 있을 미래를 위해아이들은 미리 많이 뛰어두고가방 안에서 녹아 붙어버린 사탕을 보고도놀라지 않는다 그럼에도도로는 녹아 흐르고공사장마다 불꽃이 튄다사막은 아득하게 늘어나고 수박을 갈라보자터져버리기 전에 지구가 터지기 전에여름으로 예행 연습하듯이 마치계단 올라가는 소리에잠이 깨는 아이가 없는 낮새가 날지 않고마른 수박씨가 깨지..

문학상 2025.10.20

지하철 역에서 (외 1편) / 서영처

지하철역에서 (외 1편) - 서영처 흙을 파먹고 얽키고설키는 뱀처럼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나간다 노선마다 감자알처럼 맺히는 얼굴들 삶은 감자 냄새를 풍기는 인파들 거대한 자루에서 쏟아져 나온 듯 지하에서 더 깊은 지하로굴러가고 굴러오고 감자탕집에서 주먹만 한 감자를 먹는다 어두운 골목에서고기를 굽는다 매캐한 연기 속 잔 부딪치는 소리 어디선가들려오는 샤먼의 북소리 다시 봄, 겨우내 잠자지 않고 먹지 않았다 늙지도 않고 진공의 집에 보관되었다 겨우내 앓았다 아득한 곳에서 무슨 소리가들려와 어슬렁거리며 무덤을 빠져나왔다 길가엔 봄까치꽃,장다리, 사위질빵이 무성하고 도랑엔 콸콸 물이 흐르고 모스부호를 생성하는 모호한 햇살 속에서 내가 아닌 것 같은나를 본다 헛간엔 지난해 피었다 사라진 환영..

그 아이들을 우연히 만났다고 하자 / 구윤재

그 아이들을 우연히 만났다고 하자 - 구윤재 너의 목덜미에 타고 흐르는 땀을 길이라고 하자 그 땀을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너의 어딘가에 고인다고 하자 물속이라고 하자 꿈속에서 만난 다정한 여름처럼 너의 무의식에 숨어 자란 그것이 네가 웅덩이를 밟은 오후에 깨어났다고 하자 파란 우산에 달라붙은 물방울을 아이라고 하자 데구르르 굴러 떨어지듯 태어나는게 아이의 본질이라서 네가 그아이들을 줍느라 많은 생을 써버려야 했다고 하자 구름에 몸을 뉘었다고 하자 누워 있는 너의 베개 위로 아이들이 뛰어들고 발밑을 뛰어다니며웃다가 별안간 울음을 터뜨렸다고 하자 너는 그것이 슬프고 괴롭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자 태어나자마자 하늘에 귀속된 아이들에게 이름을 붙어주었다고하자 부르자마자 놓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