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육호수 소반 위에 갓 씻은 젓가락 한 켤레 나란히 올려두고 기도의 말을 고를 때 저녁의 허기와 저녁의 안식이 나란하고 마주 모은 두 손이 나란하다 나란해서 서로 돕는다 식은 소망을 데우려 눈감을 때 기도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반쪽 달이 창을 넘어 입술 나란히 귓바퀴를 대어올 때 영원과 하루가 나란하다 요람에 누워 잠드는 밤과 무덤에 누워 깨어나는 아침 포개어둔다 감상 / 나민애(문학평론가) 시는 마음의 조각이다. 낯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때에,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날려보낸 한 조각이 바로 시다. 그러니 익숙할 리가 없다. 타인의 마음 한 조각은 내 것이 아니니까 익숙하지 않아야 맞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시를 읽게 되고 시를 좋아하게 된다. 결코 내 것이 아닌 남의 마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