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 (외 5편) - 김비아 낙원에도 있고 난곡*에도 있지요지명이 바뀌어도 낙원은 구원이 열린 정원난곡이란 말은 떨어진 열매 같았죠 고양이처럼 착지하는 우리는떠날 곳만 찾아다녀남겨진 곳에는 물웅덩이만 차올랐어요 하필 이런 곳에 물방울 방이라니 하얀 손의 그루밍감싸고 있던 털이 소스라칩니다 봉제선이 조금씩 부풀어 터지려고 해요지퍼를 올리면 입술이 꿰매지는 줄도 모르고 비를 피하는 간판 뒤에서가방처럼 웅크리고 있었는데요 머리가 벗겨진 제단사가붉은 조명 아래서허밍을 자르고 용서를 자르고 빛을 자르면 그 여름이 지나갔어요 매미들의 울음이 떠내려가고 수박 넝쿨은 뽑히고아이들이 한꺼번에 물에서 걸어 나왔지요 떠나온 적도 없는데 기다린다는 말겨울을 견디려 했던 털들은 겨울을 본 적도 없고 비상구가 없는 그곳..